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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힐링마을에서의 겨울방학 ^^ 날짜 2022.02.20 17:42
글쓴이 카야마야 조회 913

코로나가 창궐하는 겨울, 서둘러 일을 마무리하고 힐링마을로 향했습니다. 겨울방학을 보내기 위해서죠. 춥고 웅크러들기 쉬운 겨울 동안, 무언가 좋은 음식을 챙겨먹는 것도, 밖으로 나가 걷기 운동하는 것도 여러 모로 어려워지니까요.
추위를 많이 타고 겁내던 저였지만, 어릴 적 눈보라 속에서도 마냥 뛰놀던 어린시절처럼 지내고 싶었어요. 알싸한 지리산 겨울 공기를 맡으면서 규칙적으로 산길을 걷고 싶었구요. 뭔가 후텁지근하게 온풍기나 보일러 등으로 덥혀진 실내 공기에 갇혀 지내고 싶지 않았구요. 무엇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코로나로 '방역 패스'마저 강화되니 어디 나다니기도 점점 어려워졌죠. 에효.
지리산 힐링마을에 오면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아요. 새벽 6시에 울리는 풍욕 음악에 맞춰서 40여분간 풍욕을 하고, 다함께 모여서 간단한 경침운동과 EFT를 합니다. 오전 8시에 아침식사를 하고, 겨우살이 차를 마시면서 약간의 담소를 나누고, 10시 30분 정도에 다함께 가벼운 산행을 떠나요. 여름에는 이곳저곳 좀 멀리도 다니는데, 겨울에는 눈길도 위험하고 해서 인근 구룡치나 마을길을 주로 걷습니다.
1시간 좀 넘게 걷고 들어와서 쉬었다가 1시 정도부터 맛나게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 시간은 자유시간. 이때 더 걷기를 하시는 분도 계시고, 자전거를 타시는 분도 계시고, 그냥 낮잠을 달게 주무시는 분도 계시고, 일하는 분도 계시고...
오후 4시 40분 정도부터 다시 모여서 발목펌프운동과 경침운동, EFT를 해요. 그리곤 6시부터 저녁식사시간. 저녁은 간소하게 죽과 고구마, 삶은 계란과 귤 등을 먹습니다. 이후 7시 30분부터 다시 풍욕. 이후 개인적으로 기공체조를 하면서 긴 하루를 마무리해요.

만성 중증 질환 환자로 살다 보면 정말 하루 일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심신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 규칙적인 생활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단 생각이 듭니다. 각종 치료 행위는 중요하긴 하지만 어쩌다 한 번이에요. 나머지 수많은 시간들은 평범한 일상의 시간들이고 이 시간들을 잘 보내는 것이 치병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집에서 건강한 가족들과 지내다보면 이런저런 음식의 유혹이나 감정적 트러블, 나태함에 빠져들 때가 많아요. 꾸준히 정해진만큼 운동한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구요. 무엇보다 건강한 식재료로 잘 조리해서 꾸준히 끼니를 챙겨먹는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닙니다.
힐링마을에 오면 규칙적으로 돌아가는 건강한 일상 속에 저를 집어넣고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더라구요. 걷고 먹고 쉬고 자고... 그렇게 50여일을 보내고 다시 도시의 일상으로 복귀하게 되면 그나마 제 자신을 보듬어 관리할 에너지를 충전하고 온 기분이랄까요. 이렇게 또다시 나만의 기나긴 치병의 일상을 살아내야죠.
2019년 처음 인연을 맺게 되어 지금까지 제게 소중한 치유의 시간과 공간을 내어주시는 힐링마을 가족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무사히 자알 살다가 여름방학 때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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